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2/14/2011021401491.html[더 나은 미래] “오늘도 무대에 오릅니다 상처받은 영혼 치유하려고요”

글·사진=오혜정 더나은미래 기자 ohye@chosun.com

가톨릭 문화기획 IMD
어린시절 누나 잃었던 현요안 신부… 슬럼프 빠져 괴로웠던 배우 우기홍씨
아파 본 사람들이 만든 연극 ‘바보 추기경’… “평범함 속 위대한 사랑 깨달았으면…”

“영혼을 고치는 의사가 되라는 것이 누나의 마지막 유언이었습니다. 쉽진 않지만 평생을 걸고 노력해야죠.”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해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제주교구 중문성당의 현요안(41) 주임 신부를 만났다. 조용한 성당 안에서가 아니라 젊은이들과 예술인들이 오가는 홍대 인근의 한 극장 안에서였다. 그가 지도신부로 있는 공연기획사 ‘가톨릭 문화기획 IMD’의 새 작품이 이곳에서 지난달부터 공연 중이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큰 누나가 하느님 곁으로 갔어요. 공부도 잘하고,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작은 누나도 잘 챙기던 참 착한 누나였는데 1월 1일 설날에 백혈병으로 쓰러져 3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누나가 죽기 전에 가족들 한명 한명에게 유언을 남겼는데, 제게도 세 가지를 남겼습니다. 하나가 부모의 가슴에 묻히는 자신과 장애가 있는 작은 누나를 대신해 ‘세 배’로 효도하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평생 책을 놓지 말고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유언이 영혼을 고치는 의사, 성직자가 되라는 것이었습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그린 연극 ‘바보 추기경’은 오는 5월 30일 까지 가톨릭 청년회관 CY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연극 관람 후 티켓을 모금함에 기부하면 티켓가격의 10%가 (재)바보의나눔에 기부도 된다.
작은 누나의 장애를 고쳐주고 싶었던, 그래서 정형외과 의사가 꿈이었던 소년은 그때부터 성직자의 꿈을 마음에 품었다고 한다. 신학교 시절 연극부 활동도 했던 ‘끼’ 많은 현 신부는 2008년 가톨릭 창작 뮤지컬 ‘이마고데이(Imago Dei·하느님의 모상)’를 제작, 기획하면서 ‘가톨릭 문화기획 IMD’를 세웠다.

“영혼을 치유하고 회복하려면 가슴에 다가가야 하거든요. 위로, 치유, 회복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기 때문이죠. 가슴에 다가가려니 자연히 ‘문화’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공연 중인 연극 ‘바보 추기경(원작 현미애·연출 지성구)’도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고자 기획했다. 16일 고(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를 맞아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연극이다.

가톨릭 문화기획 IMD의 현요안 지도신부가 연극 ‘바보 추기경’ 배우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앞줄 정가운데가 현요안 신부, 그 왼편이 고(故) 김수환 추기경으로 분한 우기홍 배우다.

“평범한 노인네로 또 바보로 스스로를 묘사하셨지만 그 평범함, 그 바보스러움으로 일평생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한 추기경님의 이야기입니다. 이 연극을 통해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는 그 평범하지만 위대한 사랑을 일깨워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들도 다 그렇게 사랑하며, 나누며 살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외롭고 지친 영혼,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었어요.”

직접 ‘김수환 추기경’ 역을 맡은 배우 우기홍(38)씨도 영혼을 위로하는 배우를 꿈꾼다.

“4~5년 전쯤이에요. 영화배우로 활동하던 때였는데, 독한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한마디로 바닥을 쳤던 거죠. 일도, 가정도, 생활도 다 힘들었죠. 극도로 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자괴감과 공허함 속에 괴로워하던 중 동생의 권유로 기도 모임에 나갔다. 그리고 기적처럼 깊은 치유를 경험했다. “1년 내내 울었다”는 그는 아파 본 사람답게 다른 아픈 사람을 품었다.

“제가 그렇게 소외된 이웃이나 사회문제들을 놓고 고민하거나 발벗고 나서 돕거나 하지 않았거든요. 어찌 보면 추기경님과 180도 다른 삶을 살았는데 ‘이 역을 맡아도 되나? 감히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힘들고 괴로웠어요. 무섭기도 했고요. 그런데 수개월 동안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조금씩 깨달았어요. 제 마음을 내려놓고 비우면 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추기경님이 또 하느님이 돕고 채워 주신다는 것을요. 그래서 부족한 제 공연이지만 저를 통해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면 좋겠어요.”

현 신부 역시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연극이지만 추기경님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고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뭔가 대단하고 위대한 사람, 나와는 다른 사람, 먼 사람으로 추기경님을 바라보고 가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 ‘김수환’을 보면서 자신을 발견하면 좋겠어요. 자신 안에도 그렇게 평범하고 바보스럽지만 뜨거운 사랑이 있음을 말이에요.”

‘가톨릭 공연기획 IMD’는 공연뿐 아니라 기부에도 참여한다. 관객이 공연장에서 공연 티켓을 모금함에 넣으면 티켓 금액의 10%가 (재)바보의 나눔에 기부된다. (재)바보의 나눔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이어받아 작년 2월에 설립된 모금 전문 법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객석초대(24일)를 통해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하나SK카드, 5개 대표 비영리 단체(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 굿네이버스, 한국컴패션, (재)바보의 나눔)가 펼치는 ‘착한카드 캠페인(good.chosun.com)’도 응원한다. ‘착한카드 캠페인’은 신용카드인 ‘착한카드’를 발급하고 사용함으로써 연회비, 적립 포인트 등을 기부하도록 돕는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