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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김수환 추기경 善終 2주기… ‘큰 사랑’이 그립습니다] 이 여인의 담뱃불은 이제 누가 붙여주나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가장 낮은 곳의 女人도 따뜻하게 안아주신 추기경…
마지막 가시는 길 同行한 비서 수녀·운전기사는
침묵으로 ‘큰 사랑’ 승화… 다양한 추모행사 열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할 때까지 마지막 5년간 비서 수녀로 일하며 끝까지 병상(病狀)을 지켰던 율리아나 수녀는 지금 경기도 남양주 마석성당 수녀원에서 산다. 김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 은퇴 후 머물렀던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추기경의 유품 정리하는 일을 끝으로 지난해 초 자리를 옮겼다.

8일 오후 수녀원 입구에서 ’50대 초반으로 알려진’ 율리아나 수녀를 만났다. 성당에서 혼자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는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어느 신문하고도 인터뷰한 적이 없어요. 돌아가 주세요.” 율리아나 수녀는 조용히 웃었지만 뜻은 분명했다.

30년간 김 추기경을 모셨던 운전기사 김형태(73)씨도 단호했다. 그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이희연 팀장은 “‘(김씨는) 신부님도 수녀님도 나서지 않는데 제가 무슨 인터뷰를 하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1978년부터 김 추기경이 가는 곳마다 늘 함께했던 김씨는 추기경이 떠난 후부터 운전대를 놓았다. 요즘은 산에 다니며 운동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1988년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를 방문한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성냥을 켜 한 여성에게 담뱃불을 붙여주고 있다. /평화신문 제공

이들이 김 추기경을 잊은 까닭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삶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아름다운 사람을 스스로의 마음속에 더욱 깊이 간직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율리아나 수녀에게 인터뷰 거절 이유를 물었다. 언론에서 귀찮게 하는 게 싫어서인지, 김 추기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추기경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인지. “후자(後者) 쪽이겠지요.” 율리아나 수녀는 짧게 답했다.

김 추기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선종 2주기인 16일 오후 6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추모미사에 모여 ‘바보 추기경’의 아름다웠던 삶을 기린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교구 사제단이 미사를 공동 집전한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김 추기경 묘소가 있는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성직자묘역에서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와 사제단이 집전하는 추모미사가 열린다.

김 추기경이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을 지낸 장기기증운동단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김용태 신부)는 이날 오전 11시~오후 4시 명동성당 앞에서 김수환 추기경 추모식과 함께 조혈모세포와 장기 기증, 헌혈증 기부 신청을 받는 ‘희망의 씨앗 심기’ 행사를 갖는다. 선종 후 자신의 각막을 기증한 김 추기경은 사람들에게 ‘나눔과 사랑’의 정신을 일깨웠다. 김 추기경의 각막 기증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9년 한 해에만 3만4000여명이 장기 기증을 신청했다. 1989년 운동본부가 설립된 후 20년간 신청한 누계보다 많은 숫자다. 지난해에는 3만6500여명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다양한 추모행사도 열린다. 천주교 대전교구(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오는 15~27일 대전 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 특별 사진전’을 갖는다. 1950년대 독일 유학 시절 모습,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를 찾아 한 여성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모습, 선종 직전 병실에서 비서 수녀와 이야기하는 모습 등 120여점의 사진이 전시된다. 김 추기경의 생전 육성과 일생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김 추기경의 생애를 담은 추모 연극 ‘바보 추기경’은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지금 공연 중이다. 5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율리아나 수녀는 “1년에 한 번 추기경님 추모미사만큼은 꼭 가려고 한다”고 했다. 김형태씨도 물론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측은 추모미사에 1300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