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bs.chosun.com/bbs.message.view.screen?bbs_id=2050101201&message_id=640773&current_sequence=02glO~&start_sequence=zzzzz~&start_page=1&current_page=3&direction=1&list_ui_type=0&search_field=1&search_word=&search_limit=all&sort_field=0&classified_val

착한사람들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이 행복해질 때까지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설렘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런 날일수록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 고향을 떠나 먼 타국에 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외국인의 어려움을 묵묵히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있다 하여 일부러 크리스마스 이브에 약속을 잡고 찾아갔다 

 

우리의 힘은 어려운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때 바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노동사목위원회 외국인사목팀의 김종용(34) 팀장은 낮지만 자부심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천주교 사회사목부는 가톨릭교회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진행하는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총괄하는 부서다. 사목(司牧)’의 원래 뜻은천주교에서 사제가 신도를 통솔하고 지도하여 구원의 길로 이끄는 것이다. 사회사목부의 외국인사목팀은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1992년 꾸려진 팀이다.

 

외국인사목팀 내에는 7개의 작은 단체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상담실, 출신국가별 외국인 노동자 모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쉼터 등이다. 대부분 단체의 실무와 장()은 신부와 수녀 등 종교인이 맡고 있고, 김종용 팀장을 포함한 4명의 직원이 행정업무를 나눠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김종용 팀장은저 같은 행정업무 담당자라 할지라도 행정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행정 업무 역시 현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8년 넘게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도 직접 현장에서 뛰었던어린이집 만들기프로젝트다.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온 결혼이주여성들은 당장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맡길 곳이 없었어요. 돈도 인력도 없었지만 일단 결혼이주여성들의 아이를 위한 어린이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김팀장은 그 이유를 천주교 사회사목부가 어려운 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조건이나 여건을 따지지 않고 바로 도와주자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절차나 행정을 따진다면 정부에서 하는 사회복지와 무엇이 다르겠느냐라고 말했다.

 

 김종용 팀장은 사회복지 분야는 행정업무 담당자라 할지라도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했다. 신부님과 수녀님과 함께 일주일에 2번 생강 농장에 가서 생강 농사를 짓고 서산의 된장 농장에 가서 직접 된장을 담갔다. 그렇게 힘들게 돈을 마련해 만든 곳이 서울 성북동에 있는 베들레헴 어린이집이다. 김팀장은 힘들었지만 목적이 명확하고, ‘어린이집이라는 결과물이 바로 나와서 매우 보람 있었다라고 말했다.

 

보람되고 즐거운 일이지만 때로는 마음이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노력에 비해 보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팀장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내 현실이 있잖아요. 단순히 헌신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사회복지사의 정체성만으로는 일을 계속하기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용 팀장은 8년 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는 일에 대한 정체성과 헌신은 내가 속한 조직이 부여하고 키워주는 것이라며 제가 일하는 곳은 월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조직원 한 명 한 명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준다라고 자랑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려는 직원들이 있으면 재단에서는 개인의 발전이 조직의 발전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현재 사회사목부에서는 김 팀장을 비롯해 총 5명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땄다.

 

마지막으로 김종용 팀장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이에 대해 목표가 없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어려운 사람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목표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사회사목부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슈가 아닌 새로운 이슈를 찾아내서 항상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었다.

 

·사진=신보경 더나은미래 기자 bo.s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