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속 그 곳, 기차길옆공부방이 바보의나눔과 함께 소박하고 소중한 일상을 지키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기차길옆공부방은 1987년 가난한 삶을 지향하며 아이들과 집·밥·평화를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인천의 가난한 동네인 만석동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용료를 전혀 받지 않는 원칙을 지키며 처음 문을 열던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온 교사들과 공부방 졸업생 청년들이 자발적 가난을 통한 나눔과 공동체 정신으로 꾸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0년 국가 균형발전특별예산 청소년 공부방 지원금 전액 삭감과 지자체에서 보전해주던 운영보조금까지 2014년에 전면 중단되면서 공부방의 일상을 지켜내는 것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바보의나눔의 소규모 단체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일상 프로그램과 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집이며 학교인 기차길옆공부방의 소중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차길옆작은학교 김수연 이모님의 글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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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기차길옆공부방)

초등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오후 1시가 넘으면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시끌해진다. 아이들은 공부방 문을 열고 휙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삼삼오오 모여 놀이를 시작한다. 공부방 앞 평상에 자리를 잡은 몇몇은 빨간 벽돌을 갈아 고춧가루를 만들며 소꿉놀이를 시작한다. 저학년 남자아이들은 목공 시간에 만든 나뭇조각을 가지고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 논다.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놀이는 하루도 같은 법이 없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공부방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몸을 이용해 어울리고, 자신들의 놀이를 만들어 간다.

“얘들아, 들어와~ 기초 학습해야지”
2시가 되면 아이들은 우르르 공부방으로 들어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모 삼촌에게 쏟아내며 각자 알림장을 꺼내 숙제를 한다. 숙제가 끝나면 수학이며, 독서 기초학습을 한다. 한 학년에 많아야 너 댓 명을 넘지 않지만 진도 나가기에 바쁜 학교와 달리 공부방은 한 명 한 명 아이들마다 다른 이해력과 속도를 인정해 주고 맞춰가며 기초학습을 진행한다. 분수의 곱셈을 공부하는 옆에서 구구단을 처음으로 외는 친구가 있어도, 두꺼운 소설책을 읽는 옆에서 더듬더듬 그림책을 읽는 친구가 있어도 아무도 놀리지 않고,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공부방이다.

기초학습이 끝나는 대로 아이들은 다시 평상에서, 공부방 앞 동네 골목에서 한바탕 신나게 논다. 학교에서 조금 늦게 돌아오는 고학년까지 기초학습이 끝나고 나면 공동체 놀이 시간이다. 미술교실, 노래와 음악, 목공교실, 바깥놀이, 심성 놀이와 글쓰기 교실 등 요일마다 다르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함께하는 놀이’이고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이 시간을 ‘함놀’이라 부른다. 저희들끼리 만들어 노는 놀이와 달리 ‘함놀’은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풀어내고 여러 사람과 함께 몸과 마음을 나누며 노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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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기차길옆공부방)

“우리는 수요일마다 미술을 해요.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그려요. 우리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었어요. 그리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그리기도 해요. 우리 모두가 모델이 되기도 했어요. 만드는 것은 공부방에 전시하거나 집에 가져가기도 해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섞어서 해요. 학교에선 혼자 하는데 공부방에선 그렇지 않고 형, 누나들도 함께하고 어려운 건 형, 누나가 도와줘요. 그래서 공부방에서 하는 미술이 좋아요.”
(초2 ○○○)

“목공은 목요일마다 공부방 3층 옥상에서 하는데 동훈이 삼촌, 종연이 삼촌, 고등부 성민이 형과 같이 했어요. 처음에 설렜는데 목공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어요. 망치, 톱, 전동드릴도 사용해봤어요. 나무를 자동차 모양으로 만들고 전동톱으로 모양대로 잘랐는데 사포질도 했어요. 해보니까 재밌어요.”
(초 3 ○○○)

“우리는 화요일마다 노래를 부르는데 학교와는 달라요. 동그랗게 앉아서 종연이 삼촌이 기타를 치시고 수연이 이모와 재양 이모가 노래를 가르쳐줬어요. 공부방에서 노래를 하면 우리 동네가 울려 퍼저요.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편해져요”
(초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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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기차길옆공부방)

기차길옆공부방에는 초등부부터 중·고등부 형아 누나들, 공부방을 졸업하고 다시 이모·삼촌이 된 대학생과 직장인 청년들, 사오십 대의 이모 삼촌들까지 모든 식구들이 모여 함께하는 연례 ‘공동체 프로그램’들이 있다. 봄에 하는 ‘어린이날 소풍’, 여름에 가는 ‘여름 캠핑’, 겨울에 하는 ‘성탄 잔치’와 ‘졸업식’, ‘함께 자기’ 들이 그것이다. 28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이 ‘공동체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에게는 기다려지는 즐거운 축제이고,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서로를 보듬고 나누는 배움의 장이며. 눈물과 축하로 한 단계 성숙하는 통과 의례의 시간이다.

초·중·고등부의 졸업식 날은 아이들이 동생들에게 쓴 답사를 읽으며 울고, 이모 삼촌들이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써서 만든 졸업장을 전해주며 눈물을 흘린다. 바로 다음날이면 중등부로, 고등부로 똑같이 공부방에 오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눈물의 졸업식은 이어진다.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이모 삼촌들이 즐거움을 나누고 상처를 이겨내며 하루하루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소박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때로는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하기도 하고 고단한 삶과 가난이 준 상처로 깊어진 무기력과 싸워야 할 때도 있다. 세상에서라면 아무렇지 않게 치부해버릴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작은 차별과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지난하리만큼 긴 토론과 싸움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기차길옆공부방이 28년간 도시 한가운데 섬처럼 남은 가난한 동네에서 이렇게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의 소박한 일상 속에 깃들어 있는 평화를 지켜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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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기차길옆공부방)

요즘 공부방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어린이날 소풍’이다. 어린이날은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미리 빌려 이모 삼촌들이 준비한 공동체 놀이를 하며 하루 종일 한바탕 놀 수 있는 날이다. 이모들이 집집마다 다르게 준비해 온 나물을 섞어 양푼에 넣고 같이 비빔밥을 나누어 먹고, 매해 똑같이 양말이 담긴 선물 주머니와 사탕 주머니 선물을 받아도 마음이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날. 어린이날 소풍이 끝나면 아이들은 ‘여름 캠핑’을 기다리면서 또 하루하루 기초학습을 하고 책을 읽고 ‘함놀’을 하면서 일상을 이어나갈 것이다.

빠르고 힘세고 가진 것 많아야 한다고 다그치는 세상 속에서 가진 것 없어도 함께 나누며 느리게 가는 법을 서로 배우는 곳. 벌점도 벌칙도 없지만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먼저’라는 약속을 모두가 지키며 어려워도 기꺼이 평화를 선택하는 곳. 모자라고 비어있어도 함께 나누고 덜어내면 모두가 가난해져서 모두가 풍요로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꿈을 꾸는 곳. 기차길옆공부방은 오늘도 그 소박하고 소중한 일상을 지키며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


(재)바보의나눔은 기부자의 나눔을 모아 기차길옆공부방의 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아낌없이 나누는 기차길옆공부방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재정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단체의 프로그램비, 시설 개보수, 물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며, 우리의 나눔이 정말로 필요했고, 정말 제대로 쓰이고 있구나를 느낍니다.

함께 나누면 더 커지는 희망, 작은 것을 함께 나누는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조금씩 꾸준히 나누는 정기기부로 기차길옆공부방과 같은 소규모 단체에 희망을 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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