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김다영 아름다운커피 생산자파트너십팀 간사

 

떠나려 했던 사람들

<인터뷰 중인 먼두 타파 신두팔촉 커피협동조합 매니저>

“제가 아는 신두팔촉 지역 사람들은 절반 이상은 떠나고 싶어해요. 이사를 간다면 떠라이(남쪽 평야지역) 지역이나 카트만두 도시로 가려고 할거예요. 아니면 외국으로 나가려고 카트만두로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2015년 4월 25일, 81년만의 네팔 대지진이 발생한 후 3개월 즈음 지난 7월, 지진 피해 현황 조사를 위해 신두팔촉 커피협동조합을 찾은 아름다운커피 조사팀에게 협동조합 매니저인 먼두 타파가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네팔에 강타한 대지진은 카트만두에 큰 피해를 입히며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날 세상의 관심이 여행자의 나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쏠렸고, 여행자의 도시 카트만두의 유명한 문화유산들의 피해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연이어 발생한 또 다른 큰 지진은 카트만두에서 80여km 떨어진 ‘신두팔촉(Sindhupalchock)’이라는 중국과 접경한 산악지역을 강타했습니다. 하지만 카트만두에 집중된 세계의 관심은 이름도 잘 모르는 신두팔촉 지역까지 이어지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히말라야 산맥을 떠받치고 있는 신두팔촉 지역은 지진 발생 초기 카트만두를 향한 관심에 묻혀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그 피해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네팔 신두팔촉 지역의 지진 피해 현황>

8,000여명의 네팔 지진 사망자 중 절반이 신두팔촉에서 발생할 정도로 피해규모는 컸습니다. 산악지형의 특수성으로 복구의 손길은 늦어졌고, 고립된 마을도 많았습니다. 지진의 피해를 입은 신두팔촉 지역은 공정무역 단체인 아름다운커피의 가장 중요한 커피 생산지이기도 했습니다. 비즈니스로 지역을 개발하고, 생산자를 보호하는 공정무역에 가치를 둔 아름다운커피에게 네팔 신두팔촉의 지진피해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더 두려운 사실은 긴급구호와 인도적 지원, 재건 복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지진 초기 3개월 구조의 시기가 지난 7월 즈음, 아름다운커피는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자 신두팔촉을 다시 찾았습니다.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구는 더디었고, 무더운 여름이 다가왔지만 사람들이 거할 온전한 집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가시적인 어려움보다 먼두 매니저의 말마따나 지역 농부들의 이탈 현상이 더 두려웠습니다.

비즈니스 단체의 정서 지원

지진이라는 재난은 아름다운커피에게는 참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공정무역으로 2013년부터 거래하기 시작한 신두팔촉 커피협동조합에게 비즈니스 파트너인 아름다운커피는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현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아름다운커피가 피해지역 현지조사까지 수행하게 된 것은 아름다운커피와 신두팔촉 커피협동조합의 거래관계와 파트너십이 일반적인 비즈니스의 방법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와, 서로를 지지하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거래를 추구하는 아름다운커피에게 신두팔촉 지역의 문제는 아름다운커피의 비즈니스의 문제였습니다. 상품과 원산지에 문제가 생겨도 거래를 쉽게 끊을 수도 없는 연대와 파트너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지진으로 손실된 신두팔촉 커피>

아름다운커피에게 지진의 피해와 상처로 지역을 떠나고 싶어하는 신두팔촉 커피 농부들의 이야기는 큰 근심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커피의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농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농부들이 본래의 터전에 머물며 커피를 생산하며 기쁨을 얻는 삶으로 회복되도록 도울 수 있을까?’ 먼저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커피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모은 기부금으로 국내의 트라우마 관련 전문가와 함께 다시 한 번 지역 조사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서지원 프로그램 ‘함께(성거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정서지원 프로젝트를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 제안하였고, 아름다운커피와 바보의나눔의 네팔 신두팔촉 정서지원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떠빠이 라므로, 데레이 라므로 (당신 멋져, 정말 멋져)

커피 협동조합을 위한 정서지원 프로그램으로 처음에 시작한 것은 조합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트라우마 치유 워크샵이었습니다. 신두팔촉 커피협동조합에 속한 마을 리더들 26명을 모아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개인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긍정적인 힘인 ‘자원’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배웠습니다. 바디워크, 트라우마에 대한 강의와 서로에 대한 지지와 상담의 학습 등을 함께 배우며 커피 농부들이 지진의 영향과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두팔촉 커피협동조합 리더대상 트라우마 치유 워크샵>

사실 농부들에게 트라우마란 개념은 참 생소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를 이해시키고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네팔을 방문한 전문가 선생님들과 현지 통역 선생님의 열성적인 강의와 설명, 통역이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그리고 농부들은 처음 학교에 나온 학생들처럼 열정적인 자세로 배움에 임했습니다. 신차선 트라우마 전문가는 네팔 농부들과의 워크샵을 위해 새로운 구호를 가르쳤습니다. “떠빠~이 라므로! (짝짝~짝 짝짝!) 데레~이 라므로! (짝짝~짝 짝짝!)” (당~신 멋져! 정~말 멋져!) 네팔 농부들은 기운을 북돋우는 전문가 선생님들의 몸짓과 열정에 함께 네팔 언어로 응답했고, 이 트레이닝은 농부들이 그간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롭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마을에 와서도 해주세요

지역을 위한 정서지원 활동은 몇몇 리더들에 대한 지원만으로 그칠 수는 없었습니다. 커피협동조합을 통해 농부들을 대상으로 지원하지만, 신두팔촉 지역 전체에 팽배한 실망과 체념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심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커피와 전문가 선생님들이 현장조사를 통해 추가로 파악한 것도 학교와 아이들의 두려움이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지진을 통해 부모를 잃고 친구를 잃었습니다. 신두팔촉 지역 전체 학교는 100% 붕괴되었고, 지진 이후 재건이 어려워지자 구호단체들과 지방정부는 임시학교(Temporary Learning Center)를 지어 학생들이 학교로 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학생들도 피해자였고 선생님들도 피해자였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기에 부모들은 집과 농지, 집기들을 복구해야 해서 너무 바쁜 나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죽은 친구들의 빈자리를 느껴야 했고, 살아남은 선생님들에게도 학생들은 벅차기만 했습니다.

트라우마를 위한 접근은 성인과 아이가 구분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커피는 아동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치료, 놀이치료를 생각했고, 네팔 현지 예술가 단체 중에서 지진 피해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Get Well Soon Nepal’이라는 단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들과 함께 신두팔촉 커피마을 임시학교와 논의하였고, 지금까지 바보의나눔과 함께 임시학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임시학교 아동 대상 미술치료 프로그램>

임시학교에도 정서지원과 물적지원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색종이도 한번 만져보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학업과 놀이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스쿨킷(School Kit)으로 책과 노트, 필기구, 운동기구와 학습도서를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네팔 예술가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후에도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에게 먼저 워크샵을 통해 가르쳐 드렸습니다.

<임시학교 교사 대상 미술치료 워크샵>

아동지원을 위해 한국의 ‘여행하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김정화 사진치료사와 협업도 진행했습니다. 신두팔촉 임시학교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중고 카메라를 직접 쥐어주며 사진을 찍게 했고 아이들은 카메라를 신기해하며 재미난 사진들을 찍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때로 사진들은 지진으로 무너진 집 등이 담겨있었지만 함께하는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도 찍혀 있었습니다.

아동 지원은 지역마을의 단위조합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각 커피마을 임시학교에서도 너도나도 지원을 요청 받았습니다. 아름다운커피와 바보의나눔의 지원을 알게 된 조합 리더들도 우리 마을에 와서도 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과 농부들을 위해 파트너인 우리가 시작한 것이었지만, 점점 스스로 참여하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조합원들과 선생님, 마을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정서지원은 희망을 심고 있었습니다.

 

받아들임과 희망의 이야기

2016년 4월, 정서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아름다운커피는 네팔 커피농부들을 위한 지진 1주기 애도식을 가졌습니다. 트라우마 치유 워크샵, 임시학교지원, 또 그간 지진 이후 명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네팔 농부들에게 마을 별로 잔치도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지진 1주기, 애도식을 진행했습니다. 애도식은 그간 아름다운커피가 정서지원 활동으로 지원했던 어느 활동보다 준비하기 어렵고 민감한 활동이었습니다. 가족의 죽음을 직면할 때도 차분했던 네팔 사람들에게 1주기 애도를 적절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애도 워크샵 중 네팔식 애도식 뿌자(Puja)>

애도식은 네팔의 제사문화인 뿌자를 시작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트라우마 치유 워크샵으로 함께했던 전문가선생님들이 다시 한 번 농부들과 지진으로 가족을 잃었던 조합원들에게 ‘애도(MOURNING)’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건강한 마음을 담아 애도하고 남은 자들의 삶에 대해 함께 고민했고, 비전에 대해 함께 이야기 했습니다.

네팔력으로 지진 1주기인 16년 4월 24일, 신두팔촉 말고도 네팔 전역에서 1주기 애도의 촛불이 밝았습니다. 네팔 사람들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지진 1주기를 맞이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다시 또 큰 지진이 올까 두려워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두려운 마음보다는 2015년도 큰 어려움을 안겼던 사건을 잊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함께 불을 밝혔습니다.

<애도 프로그램 중 촛불의식>

전세계 지진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자연 재해는 오롯이 네팔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구호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네팔은 1년 전 재난에서 회복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팔 사람들 특유의 침착하고 선한 심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진 후 인도가 국경을 닫고 몇 개월간 물자 난에 시달릴 때도, 정부가 국가 재난 이후 복구를 더디게 진행할 때도 네팔사람들은 어려움을 고스란히 이겨내 왔습니다.

<애도 워크샵 활동>

그리고 네팔도 여전히 희망이 필요합니다. 이제 막 어려움을 딛고 회복하려는 네팔 사람들에게 누군가 함께 손잡아 일으켜 줄 수 있는 도움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바보의나눔과 아름다운커피는 ‘함께(성거이)’라는 이름으로 네팔 커피 농부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연대’는 옆에 함께 앉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아름다운커피가 지향하는 공정무역은 지구 반대편 생산자와 지금 내가 함께 앉아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걷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연대에 함께 동참해 주신 바보의 나눔과 후원자 여러분에도 깊은 감사와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나마스떼.